더 심각한 것은 사드 배치 결정과정의 진상파악도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등 사드 배치 강행의 프로세스가 전혀 통제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지난 정부 김관진의 청와대 안보실은 새 정부에 일체의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컴퓨터는 다 포맷을 해버렸습니다. 국방부는 여전히 지난 정부를 답습하며 제 갈 길 가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4강 주변외교고 뭐고 문 대통령이 지난 정부의 비협조로 인해 외교·안보에서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입지가 의외로 적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법합니다.
사드 배치의 찬반 논의가 정확하게 이뤄지려면, 이제라도 한반도 사드 배치의 직접적인 보호 대상이 한국 국민이 아니라 오키나와, 괌에 있는 미군과 그 기지이고,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는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에 입각해야 한다. 북극성과 김정남 때문이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의 이익과 미군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당당하게 밝히고, 국민의 의견을 듣고 치열한 논의를 벌여야 한다.
먼저 사드 결정이 발표된 시각, 외교 수장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행동이다. 중국의 사드 반발을 무마하러 베이징에 가 있어도 시원찮은 판에 강남의 백화점에서 양복 수선과 쇼핑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어이없는 행동이 시민의 제보로 알려지게 됐으니 사드에 대한 정부의 긴장감이 시민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 이 장면이 더 심각한 것은 사드 논의가 '외교 따로, 국방 따로' 이뤄졌거나, 군의 일방 독주로 추진됐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에 미국은 왜 집착하고, 중국은 왜 결사반대하는가? 미국은 북한 미사일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중국은 북한이 아니라 자기네 미사일을 향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사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무기이고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것만큼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군사적인 효율성이 높지 않다. 중국의 미사일 등 군사동향은 이미 미국·일본의 정찰자산이 손바닥 보듯 보고 있어 사드의 레이더를 우려하는 중국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반도 사드에 관해서 드러난 미국과 중국의 주장은 진짜 속내가 아니다. 그래도 미국과 중국은 각자 국익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고 치자. 그럼 우리는 과연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감추고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